개발자가 시도했었던 조직문화

HyunwookCho
9 min readFeb 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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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직의 바탕이 되는 조직문화는 구성원들 사이에 강한 결속을 이끌어내고, 일하는 방식부터 조직이 생각하고 움직이고 실행하는 방식까지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칩니다.

보통 초기 단계에 막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최우선과제는 ‘생존’ 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기준으로 우선순위가 결정되고 제품이나 매출적인 부분에 집중하다 보니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우선순위를 낮춰 관심을 두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성장과정이 이어지게 된다면 회사에 대한 성과가 나더라도 구성원에 대한 성장은 이어지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됩니다.

회사의 성장과 구성원 모두가 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조직문화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하고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구성원 하나하나가 모여 원팀이 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문화나 가치관에 대한 방향성이 동일한 곳을 바라보아야 회사와 내부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적을 바라보며 성장할 수 있습니다.

보통 스타트업 구성원에게 추구하는 조직문화에 대해 묻는다면 대게 옷을 자유롭게 입고 출근하거나, 직급 없이 영어 이름을 부르며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내는 수평적인 문화, 장소에 한정되어 일을 하는게 아닌 자유롭게 근무할 수 있는 환경 등 여러 의견이 나오게 됩니다.

물론 전부 다 맞는말이지만 근본적으로 회사의 성장과 구성원의 성장을 같이 가져가기 위해 개발팀에서 개발자로 근무중인 제가 현재 조직에서 어떤 조직문화를 시도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 해드리고 시도해보면서 느낀점은 어떤게 있었는지 이 글을 통해 공유 드리고자 합니다.

회고 문화

지금 조직에서는 매달 한번 씩 개인에 대한 회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개발팀에서 먼저 개발문화로 진행했던 회고였는데 다른 부서 구성원분들도 회고에 대한 니즈가 있었기에 전사적으로 매달 1시간씩 모여서 회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회고는 KPT방법론으로 진행하고 있고 자발적인 참여도를 높히기 위해 부담없이 업무적인 회고 뿐만 아니라 개인 일상에 대한 회고도 가능하도록 세팅했습니다.

다만 구성원들에 귀한 업무 시간을 내어 모인 조직문화 시간이기에 그 시간만큼은 단순히 대화만 하고 끝나는게 아닌 ‘회고’에 대한 본질적인 기준을 잡으며 의미있는 시간으로 활용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기준을 토대로 개인의 대한 회고, 업무에 대한 회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회고에서 업무적으로 ‘Minus’가 나온다면 그 문제가 연달아 발생하거나 같은 실수로 반복하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개선점을 같이 적고 개선사항에 대해 자주자주 리마인드 하려고 합니다.
  • 단순히 좋았던 것에 대한 회고도 좋지만 무엇을 배웠다는 회고를 조금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 과거에만 집중하지 않고 뭘 개선하면 더 잘할까라는 생각으로 미래 지향적인 회고 방식을 추구합니다.
  • 각자의 목표를 조정하고 다음번 회고때 얼마나 이뤘는지에 대한 회고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 안좋은 감정에 대한 회고보다는 그 감정이 들었을 때에 일과 상황에 대해 회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 회사는 부분 재택을 진행하고 있고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는 구조다보니 회고 문화 도입 전에는 서로 대화조차도 못해본 구성원분들도 몇몇 계셨었습니다.

물론 ‘회고’가 주 목적이고 업무와 개인 일상에 대해서도 스스로에 대한 정리와 회고가 되어 좋은 취지지만, 부가적으로도 팀원간에 교류가 되는 시간으로도 활용하고 있기에 심리적안전감이 생기게 되는 조직문화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제품팀의 목표가 아닌 흥미로 진행하는 사이드프로젝트 문화

개발팀에서는 매주 혹은 격주마다 한 시간씩 회사 업무와 별개로 해커톤 처럼 모여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개발팀은 팀에 세팅된 OKR달성을 위해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과를 내며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만 짧은 기간 내에 다수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다보니 같은 팀이지만 일부 구성원끼리는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생겼습니다.

그러한 환경속에

  • 개발팀 구성원 모두가 같이 협업하고 싶은 니즈
  •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는 개발 스킬업 향상을 위한 무리한 스킬의 도입보다는 일정이 우선이기에 뒤로 미뤘던 도입해보고 싶은 개발 스킬에 대한 니즈
  • 회사의 프로덕트 방향성과 개인이 추구하는 프로덕트의 성장 방향성은 다를 수 있었기에 직접 기획을 하며 만들어보고 싶은 니즈

이러한 세가지 니즈를 채워주고자 사이드 프로젝트 문화를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거창한 걸 만들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무언가를 보여줘야겠다 식이 아닌, 이 시간만큼은 모여서 해커톤처럼 일하며 간단한거라도 만들어보자 라는 목표로 아이데이션을 진행하고 진행되는 사이드 프로젝트마다 어떤 걸 얻어가고 싶은지 각자의 기준을 잡으며 프로덕트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회사 프로덕트에 도움이 되는 사이드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나와서 진행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러한 기준에 한정짓지 않고 개발팀 내부 구성원들에 아이디어를 듣고 종합해보며 투표를 통해 재밌을 법한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온전히 개발팀만에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하면 유저를 끌어들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협업하며 평소에는 사용해보지 못한 기술 스택들을 도입하고 사용하며 개발 관련 커리어성장도 놓치지 않으며 진행하고 있는 문화입니다.

새마을 운동 문화

지금 조직은 매년 투자를 받으며 매출적으로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이 성장세에 맞춰 메인 프로덕트에 대한 고도화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격하게 프로덕트가 성장하다보니 조금만 시선을 돌려 봤을 때 놓쳤던 업무 환경에 대한 개선 포인트나 조직 내에서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고 실행할 수 있는 업무가 곳곳에 존재 했었습니다.

새마을운동 문화는 각자 담당하고 있는 메인 업무 외에 조직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찾고 실행하는 문화입니다.

여기서 ‘도움이 되는 일’ 이라는 기준을 잘 세팅해야 구성원들에 공감을 일으킬 수 있고 업무시간 내에 (혹은 남는 시간에) 진행 해 볼 수 있는 일이 될거라 생각했었습니다. 찾게 된 일을 끝까지 완료하여 무언가를 만들어 냈을 때 과거에 비해 업무 환경이 개선되었거나, 구성원 누군가가 사용했을 때 장점으로 느껴질 만한 일이라면 충분히 업무로써 가치가 생긴다고 판단했었습니다.

새마을 운동에 대한 이름은 알다싶히 ‘안 좋았던 과거에서 벗어나 다 같이 잘 살아보자’라는 운동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이 문화의 목적은 사소한 업무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하여 조금 더 나은 퍼포먼스를 내자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진행했던 업무가 전부 유의미한 성과를 냈던 건 아니지만, 진행했던 업무 중 1년이 넘어도 꾸준하게 사용되고 있는 새마을 운동 작품을 몇 가지 공유해드리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브랜치 생성과 Pull Request, Merge 시 자동으로 jira 상태 변경 및 슬랙 연동
  • 슬랙 쓰레드가 길어지면 자동으로 문서화 해주는 봇
  • 스토어 리뷰 자동 알림 봇
  • 채널톡 인입 슬랙 연동 봇
  • 맛집 추천 지도 및 점심 추천 사이트
  • 여러 이벤트 성 페이지 도입

보시면 아시겠지만 업무와 전혀 관련이 없더라도 구성원에 니즈가 있다면 작업했던 새마을 운동 작품도 다수 존재합니다.

현재도 업무 중에 “이런 기능이 있었으면 조금 더 업무 환경이 개선될 거 같은데..” 같은 생각이 떠올라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항상 백로그에 넣어두고 여유가 되는 시간에 틈틈히 꺼내 조직의 업무 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 글을 공유할 수 있는 문화

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는 자기 업무에 대한 전문성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분야가 아니더라도 커뮤니케이션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더더욱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에 구성원들은 서로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자유롭게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자주자주 공유합니다. 그 정보가 나랑 직접적인 업무와 관련이 없는 내용이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거 같다고 판단되면 구성원들에게 공유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개발자로 일하다보면 개발 관련 영역은 당연하게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성장할 수 밖에 없는데, 그 외에 영역은 아무래도 관심있게 보지 않는 이상 놓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외에 영역을 채우기 위해 따로 스터디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사실 제일 좋고 가벼운 방법은 회사 내에 전문성이 있는 구성원분들에게 수시로 인사이트 정보를 얻어 습득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 제품, 티타임 이후 얻은 인사이트, 기사, 심지어는 부동산까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주제라면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조직문화 관련해서 시도해보기 전까지 몇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먼저 보통 조직문화에 대해서는 HR영역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인데 과연 개발자가 조직 문화에 대해 관여하고 만들어나가는게 과연 옳은 방향성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조직 내에 개발자는 코딩만 하는사람이 아닌 주어진 목표와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합니다.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업무에 대한 태도,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 여러 소프트 스킬적인 부분도 모두 중요한데요. 이러한 소프트 스킬적인 모든 부분을 아우르는 조직 문화를 잘 만들어 나가는것도 조직 내의 개발자 업무의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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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라면 스스로를 코딩하는 사람으로 정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은 우리에게 주어진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때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정책을 바꾸고 프로그래밍을 안하는 것 일 수도 있다”

그러기에 조직문화에 대해서 어느팀이 담당해서 리드한다기 보다는 구성원 서로가 다르게 생각하는 이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방향성을 어느정도 공감할 수 있게 최소한에 기준을 잡아주고 그 기준에 맞춰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게 더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었기에 조직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주도적으로 시도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어떠한 조직 문화를 시도해보게 되었을 때 사전에 미리 구성원들에게 공감을 얻기위해 충분한 소통을 진행했었고 조직문화 진행 도중에도 구성원들에게 주기적으로 피드백을 들으며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갔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가져갔던 이유는 구성원 모두가 조직 문화에 대해 같은 곳을 바라보아야 좋은 조직문화로 자리 잡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구성원들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며 추구하는 조직문화에 대한 방향성을 맞추려고 했습니다.

추가로 몇 번 조직문화에 대해 시도해보니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조금 부족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일단 시도해보는게 더 중요하다는걸 몸소 느꼈고 중간중간 구성원들에게 의견을 듣고 주기적으로 개선이 이뤄진다면 그 과정 마저도 조직 내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물론 조직 내에 명시적으로 추구하는 조직문화가 없더라도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으면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문화가 만들어지는건 맞습니다. 자연스럽게 문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속에서 저는 조금 더 가치있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시도를 했었던 것이고 결과적으로 다른 분들께 소개 해 드릴 수 있는 조직문화가 조금씩 잡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조직 내에 구성원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조금 더 이상적인 조직문화로 자리잡힐 수 있도록 서포트 할 예정입니다. 끝으로, 혹시나 조직 내에서 이상적인 조직문화에 대한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먼저 내부 구성원들과 충분한 대화를 통해 추구하는 조직문화에 대해 싱크를 맞추고 일단 시도해보라 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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