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연속 흑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과 원인
쿠팡은 창립(2010),로켓배송 서비스 시작(2014) 이래로 최초로 지난 22.3Q 처음 흑자전환을 달성했고 이번 3월1일 발표된 4분기 실적 보고서를 살펴보니 또 흑자를 내었다는 자료가 나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외형적으로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나, 물류 인프라 확충과 신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최소한 몇 년간은 계획된 적자 흐름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했었고 그에 따른 적자 폭 확대가 주가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쿠팡은 아마존의 성장 모델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여졌었는데, 아마존과 다르게 AWS와 같은 캐시카우가 없기에 온전히 대 단위 물류 투자와 재고 부담을 껴안아야 하는데, 과연 이러한 모델이 독립적으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개인적인 의문이 있었다.
미국 증시 상장 이후 주가 고려를 위해 최우선과제가 수익성 개선으로 바뀐 듯한 행보가 다수 보였었는데 수익구조 개선 방안(21.4Q?)을 연이어 내놓았고, 결과적으로 수익 강화 선언 1년 만에 성과를 내었다. 장기적으로는 당연히 흑자전환을 할 것으로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달성 할줄은 몰랐고 어떻게 단기간내에 흑자를 낼 수 있는지 궁금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되었다.
쿠팡은 상장 이후 22.1Q까지 매 분기마다 2500~5000억원대의 영업이익 적자를 내왔고, 22.2Q에 EBITDA가 처음으로 흑자 전환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고, 22.3Q부터는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실적발표 전문을 보면 흑자의 원인을 ‘인프라와 서비스측면’ 으로 내세우고 있고, 물론 쿠팡에서 말하는 물류 인프라 네트워크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온 결실이 이제부터 빛을 보고 있다라는 말은 공감이 가지만, 깊게 살펴보면 이것이 흑자 전환 수익성의 핵심으로 볼 수 만은 없을 거 같다.
최근 쿠팡 관련 매출 지표
먼저 쿠팡에 매출액과 영업이익부터 살펴보자면, 22.4Q 기준 매출액 7.2조 영업이익은 1,134억이다.
연으로 계산해보자면 (22.1Q, 22.2Q는 영업이익 적자라는 점을 인지) 22년도 매출은 그 전년도 기준 26%성장했고 영업 적자 규모는 92%감소(-1447억) 당기 순손실 또한 93% 감소했다. (-1189억)
물론 그간 쿠팡이 태웠던 누적 수조원 단위의 손실액을 생각하면 3분기 1,040억, 4분기 1,134억이 상대적으로 작아보일 수 있으나 이미 유통공룡으로 자리매김한 이마트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50억원인걸 감안하면 온라인 한정 ‘쿠핑'이 이와 비슷한 수치를 냈다는 거에 대해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매출관련 지표중에 흥미로웠던 부분이 있었는데, 20년 이래로 매출액 flow가 단 한번도 역성장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커머스라는 비즈니스 특성상 시즌성이라는게 존재할 수 밖에 없고, 활성 고객의 모수가 크게 변화가 없다면 3,4Q에는 매출액이 커야하고 2Q에는 매출액이 줄어야 일반적인데 쿠팡은 달랐다.
연속 흑자에 대한 이유
왜 그럼 쿠팡은 시즌 상관없이 계속 매출액이 증가 했고, 흑자로 전환했을까?
1. 활성 고객 관련 지표 성장 (고객 수, 고객 당 매출액)
먼저 고객 기준으로 살펴보자면, 20.1Q~22.1Q까지는 활성고객의 수가 꾸준하게 늘었지만 (1300만 -> 1800만대) 그 이후로는 고객 모수가 늘지 않고 어느정도 유지되고 있다. 고객당 매출액은 20.1Q ~ 최근22.4Q까지도 지속적으로 늘고있다. (21만원 -> 40만)
즉 고객 수의 성장보다는 고객 당 매출액이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LTV가 계속 늘고 있다라고 보는게 맞다고 한다.)
그럼 왜 최저가를 중시했던 오픈마켓, 소셜 커머스와 다르게 쿠팡만 유독 고객 생애 가치(LTV)가 왜 늘었을까?
여러 관점이 있겠지만 고객 만족도 관점에서 어느정도 답을 찾을 수 있는데, 쿠팡같은 비즈니스의 고객만족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 비용적인 측면에서 만족스러운가 ?
- 상품이나 콘텐츠 측면에서 만족스러운가?
- 서비스 자체가 만족스러운가 ?
이 중에 만약 한개가 불만족 이더라도 나머지가 만족스럽다면 전체 만족도에 큰 영향이 없다가 결론인데 쿠팡 서비스로 예를 들자면 로켓배송(혹은 제트배송) 이라는 점이 이미 경쟁 서비스 대비 압도적인 만족도를 자랑하고 있으니 로켓와우 같은 서비스에 가격을 올리고,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전체 만족도가 유지 될 수 있다라는 결론이었다.
또한 고객은 쿠팡에서 제공하는 로켓와우 비용에 대해서는 구매가 많아 질 수록 더 많은 혜택을 누린다고 인지 되기에, 로켓와우 가격상승이 오히려 고객을 락인하는 요소로 작용 된듯 했었다.
최저가를 중요시 하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특성 상 쿠폰에 대한 의존성이 강하고 할인이라는 마케팅을 태워야 매출이 일어나는 구조라면, 쿠팡은 서비스와 고객만족 포커스로 성장했기에 마케팅 비용을 많이 태우지 않아도 성장이 가능한지 이제야 보이게 되었다.
2. 매출 총 이익의 비약적인 개선
전년 동기 대비 비약적으로 개선된 지표는 매출 총이익 (전년비 64%나 증가) 이다. 매출 총이익의 성장률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매출원가의 개선이라는 항목이 제일 큰 요소로 작용하는데,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고 한다.
0.6%가 이정도로 효과가 있나?로 생각 할 수도있지만, 20년부터 지금까지 매출원가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해마다 높은 폭으로 증가하고 있었음을 감안해야 한다. (21.3Q 기준으로 쿠팡의 매출원가만 하더라도 그 전년 동기대비 45.7%가 증가했으니까..)
쿠팡에서 매출원가는 로켓배송의 근간인 물류비, 상품 매입비용이 포함되어있는데, 쿠팡 매출이 몇년 째 계속 증가하던 상황에서 로켓배송 관련 비용을 처음으로 절감하는데 성공했으니 이러한 부분이 직접적인 흑자 전환에 기여자로 볼 수 있는듯하다.
그 결과 쿠팡의 22.3Q 매출 총이익률은 24.2%(전년 동기대비 8%, 전 분기 대비1.3% 증가)로 집계되었다.
또한 매출 총이익률이 높아지면 광고선전측면에서도 장점이 나타나게 되는데 먼저 일반적으로 커머스 산업에 광고선전비율은 거래액 대비 2%가 넘지 않다고 한다.
쿠팡은 직매입으로 인해서 매출 총 이익률을 24%까지 높였고, 이 매출액 대비 2%의 광고비를 쓴다는 것은 충분히 감당이 되는 비율이다. 반면 그 외 오픈마켓은 10% 내외의 수수료를 받으면서 거래액의 2% 광고비를 쓴다는 의미는 매출액의 20%를 광고비로 쓴다는 것과 동일한 부분이기 때문에 쿠팡 외에 플랫폼들은 광고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클수 밖에 없다.
물론 모든 커머스 산업이 단기적으로 매출을 내기 위해서는 광고비를 태울 수 밖에 없지만 그러한 특성에 단점은 가격 메리트가 떨어질 경우 고객은 언제든지 이탈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쿠팡은 가격이 아닌 서비스로 고객을 끌여들인 케이스고 고객을 락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내왔기 때문에 광고비 지출을 줄이고, 구독료를 더 받더라도 고객이탈을 막을 수 있는 구조인듯하다.
컨퍼런스 콜에서 언급한 공식 흑자 이유
그러면 공식적으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말한 흑자에 요인은 무엇일까?
이 정보는 쿠팡 흑자 관련해서 검색만 해보면 기사도 바로 나오고, 예전부터 알고 있던 부분이라 많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공식적으로 말하고 있는 요인은 다음과 같다.
“규모의 경제 달성과 수익률 높은 사업 추진의 영향으로 인해 수익성 개선 , 자동화 기술 물류 네트워크 의 영향”
이 말에 예를들자면 로켓 프레시에서 다루는 신선식품의 경우 상품군과 배송 범위를 확대한다면 일반적으로 재고 손실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데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하여 지역별로 고객 수요의 변화를 보다 잘 예측하고 재고 주문 및 발주를 최적화 하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재고 손실 전년 동기 대비 50%감소)
현재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 100여 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쿠팡 물류 인프라의 크기만 해도 뉴욕 센트럴 파크보다 크다고 한다. (축구장 500개 규모) 현재는 대한민국 국민의 70% 이상이 쿠팡 배송 센터 근방 10km 내외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고 기존 오프라인 점포 없이 직접 물류센터를 건립하며 배송권역을 확장 한 만큼 쿠팡은 몇 년간 막대한 투자비용을 지출했지만 이러한 지출이 이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면서 추가적인 투자 지출이 대폭 줄어들고 대신 CAPA가 늘어난 것이 원인이라고 한다.
사실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말하는 흑자를 낼 수 있었던 원인들은 새로운 이유가 아닌 이미 쿠팡이 몇 년전부터 해왔던 시도(더 높은 고객 경험(빠른 물류)와 더 저렴한 가격, 더 많은 상품 선택권)였고 이제야 본격적인 성과가 나는 시기인듯 하다.
그래서 수익성 높은 사업이 뭔지..?
컨퍼런스 콜에서는 수익성 높은 사업의 추진으로 인해 수익성을 개선했다고 말하는데, 이 수익성 높은 사업이 정확히 뭔지에 대한 설명은 다소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료를 찾아보니 ‘제트 배송' 이 그 수익성 높은 사업중 하나로 보여졌다.
쿠팡은 자체 물량(1P) 뿐만 아니라, 최근 3자 판매자(3P)의 상품군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는데(=마켓 플레이스 비즈니스 모델 ‘아이템마켓'을 의미) 사실 고객 입장에서는 로켓 배송과 서비스 측면에서 다를게 없다. 쿠팡이 자체 구축한 물류 서비스로 빠른 배송과 편리한 반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제트 배송은 물류 비용 부담에 대한 주체가 쿠팡이 아니다. 사실 로켓배송 같은 경우는 쿠팡이 매입한 쿠팡 소유에 재고를 다루는 부분이기에 물류 처리비용 온전히 쿠팡이 부담할 몫이었다. 반면 제트배송의 경우 실제 판매가 발생하기 전까지 입점 3자 판매자가 재고를 소유하는 주인이되고, 3자 판매자가 쿠팡에 마켓플레이스 판매 수수료에 물류 처리 비용이 포함된 개념의 수수료를 더해 지급하며 물류 처리에 대한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 구조다. 안 팔리고 물류센터에 잔류하는 재고 역시 쿠팡이 아닌 판매자가 고민해야 할 이슈가 된다.
이러한 풀필먼트는 쿠팡에게 로켓배송과 같은 속도를 갖춘 상품군을 확대하는 방법이기도하고 그간 부담이었던 물류 비용까지 줄일수 있는 방법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온전히 쿠팡이 감당해야 했던 물류 운영 비용을 제트배송으로 유도 전환시키고 그러한 물류 비용을 판매자와 함께 나누게 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을 하려고 하는듯 하다.
또 다른 수익성 개선중에는 쿠팡의 택배망 ‘퀵플렉스'의 영향도 있다고 하는데 쿠팡의 직고용 기사인 쿠팡친구 뿐만아니라 마치 택배업체처럼 지역 대리점망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제휴 물류망을 확산하고 있다. (작년22.2Q에 한진택배와 쿠팡 계약 해지 부분과도 관련)
퀵플렉스 이전 아웃소싱 구조에는 쿠팡/택배 본사/택배 대리점/택배 기사가 수익을 나눴다면, 퀵플렉스 구조에서는 택배 본사가 제외되는 형태라 자연스럽게 쿠팡이 남길 수 있는 수익의 파이가 더 커졌다고한다.
이러한 운영 구조 변화가 쿠팡의 흑자 전환까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여졌다.
결론
쿠팡은 타 서비스 대비 직매입 비중과 제조의 비중이 매우 높다고 한다.
사실 저 비중으로 보았을 때 쿠팡을 플랫폼 또는 이커머스로 분류하기보다 유통업으로 보고 경쟁사를 네이버, 신세계로 보는게 맞는거 같고 만약 쿠팡이 다른 오픈마켓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남아있었다면 영영 흑자전환을 못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쿠팡은 이제 남의 것이 아닌 쿠팡 자신의 것을 판매하면서 수익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었고 수익의 핵심인 제조,직매입을 늘리면서 매출원가율을 크게 개선할 수 있게 되었다.
몇 년 동안 물류 서비스 구축을 위해 의도된 적자를 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운영을 통해 완성된 시스템을 활용만하게 된다면 흑자를 꾸준하게 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